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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자급률 하락에 흔들리는 제약 주권 (2021-10-22)

코로나19 장기화와 최근 항만적체로 인한 전 세계 물류대란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도 원료의약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월부터 중외제약, 유한양행, 현대약품, 신풍제약 등이 원료의약품을 확보하지 못해 일부 의약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은 의약품유통업체에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로 일부 의약품이 품절된다고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부족으로 인한 항만적체가 해소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 의약품 수급은 정상화될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갈수록 낮아지는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해외 의존도 낮추기 위해 안간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코로나19 이후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기반은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수급에서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개발 역량을 과시하던 미국은 지난해 자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진정제 등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굴욕을 겪었다. 미국이 항생제 등 기초적인 필수의약품 수급에 문제를 겪은 이유는 의약품을 주로 아웃소싱을 주다 보니 자국 내 제조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중 73%가 해외에 위치해 필수의약품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 의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지원·구호·경제보장법(CARES)’을 제정해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재원을 투자해 보건부·국방부·생물의약첨단연구개발국·식품의약국(FDA) 등의 정부 기관과 민간 부문의 파트너십을 통해 백신·치료제 개발에 주력,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가장 빠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에도 미국은 감염병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원료의약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수출하는 원료의약품은 전 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정치, 경제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은 원료의약품의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공급망을 자국화 또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중국 원료의약품 생산·조달 차질이 미국 의약품 부족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중국의 원료의약품 생산 차질은 인도의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 조치’로 이어졌다. 인도는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인 동시에 중국의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다. 연간 35억 달러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데, 이 중 약 70%가 중국 원료의약품이다.

약가 우대 확대해야 자급률 높아져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확대에 따른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상승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평균 75%를 상회하고 있지만,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식약처의 ‘2020년 의약품생산및수출수입실적’에 따르면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은 2017년 35.4%에서 2019년 16.2%로 빠르게 감소, 200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완제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생산은 2017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원료의약품의 주요 수입대상국은 중국(36.7%), 일본(13.0%), 인도(10.2%)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인도의 원료의약품 공급에 이상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의약품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시 약가 우대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자급률이 높았던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생산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약가 우대 정책을 시행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자사에서 생산한 국내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복제의약품에 대해 출시 이후 1년간 오리지널 의약품의 68% 수준으로 약가를 산정해주고 있다”며 “물론 일반 복제의약품 약가 59%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고 기간도 짧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약가 우대 정책을 확대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업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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